Where I've been2008/12/26 20:03

두 번째 여행기를 쓰고 꽤나 시간이 지난터라 어쩐지 맥이 끊겨버린 것 같기도 하고, 벌써 5개월 여가 지난 터라 여행의 감상이 훈훈하게 남아 있지는 않지만 유종의 미를 위해 말레이시아 여행기의 마지막을 써 내려간다.

말레이시아 왕궁

마지막 날은 리무진 한대를 빌려 자유여행 비슷한 관광을 하려 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컨퍼런스에 참가한 한국분들과 관광버스를 타고 패키지 여행을 하게 되었다. 리무진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데(그렇지 않음 여러 오해가 생길 수도 ㅡㅡ;), 좀 비싼 콜택시 같은 것으로 주로 공항에서 호텔까지 태워다 주는 서비스다. 말레이시아에 도착한 첫 날 중개인을 따라 택시인 줄 잘못 알고 탔었는데 처음에는 Mercedes를 택시로 굴리나 생각했었다. 여튼 각설하고

바투동굴을 가기 전에는 왕궁을 들렀는데 잠깐 대문만 보고와서 감상 따위는 없었다. 대문을 지키는 문지기가 절도 있지는 않았다. 버킹엄을 지키는 근위병과는 매우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어 처다본다. 문지기 ㅡㅡ;


그래도 왕국의 문장은 멋드러졌다. 열대우림의 나라답게 호랑이가 문장에 자리잡고 있다.


바투 동굴


본격적으로 바투 동굴 이야기를 해보자. 이슬람이 국교인 말레이시아지만 다야한 종교를 인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힌두교와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힌두교 사원이 꽤있다. 바투 동굴은 그 중 하나로 종유동굴에 힌두 신을 모시고 있는 일종의 사원이라 할 수 있겠다. 272개의 계단을 올라가 동굴에 들어서면 평범한 종유동의 모습뿐이지만 고개를 들어 천정을 올려다 보면 112m(네이버 테마백과사전 참조) 높이에서 작은 공간으로 들어오는 빛을 볼 수 있다. 어쩐지 야릇한 기분이 드는 빛이다.

272 계단 인증샷


어느 나라, 어느 관광 명소는 다 똑같은 것 같다. 예전에 설악산엔가를 올라가 바위에 낙서가 있는 것을 보고는 욕을 한바가지 해 준 적이 있는데 이곳도 예외는 아니었다.

바투 동굴의 낙서

동굴 주변은 물론이거니와 동굴 안에도 관광객이 던져주는 먹이를 노리는 원숭이들이 어슬렁 거리며 사람들 주변을 맴돈다. 녀석들이 알고 그런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휴지가 있으면 냉큼 줏어 가곤 했다. 쓰레기 통에 버리는 것을 보지 못했으므로 섣부른 판단은 보류한다. ㅎㅎ

청소하는 듯한 원숭이


이곳에는 꽤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오고 있었던 터라 사람에게 익숙할 만도 한데, 녀석들은 꽤나 수줍음을 많이 타고 있었다. 사진에 담아 볼까, 하고 다가가기라도 하면 약올리듯 낼름 도망가 버렸다. 그래도 용감한 녀석이 한 마리 있어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망부석 마냥 가만히 서 있었더니 그 녀석이 호기심이 발동 했는지 이 건 뭘까 하고 다가와 카메라를 톡, 톡, 건드리는 동안 연속 샷을 날려 주었다. ㅎㅎ 옆에서 지켜보던 독일인 부부가 (생김새가 아리안임이 틀림 없다) 조금 부러운 듯이 바라보았다.

용감한 원숭군

이 녀석을 찍은 곳은 뻥 뚫린 암벽들 사이로 하늘이 보이는 곳이었는데 렌즈 화각의 압박으로 사진에 담지는 못했다. 덩쿨과 나무가 덕지덕지 붙은 암벽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아무래도 사원이니 어딘가 의식이나 예배(힌두교도 예배라고 하는 지 알 수 없으나)를 할 만한 장소가 있어야 할 텐데 그닥 눈에 띄이는 곳은 없었다. 대신 기도를 할 수 있을 법한 작은 상들이 있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힌두 승려 마냥 치장 한 코키리 상이었다. 아무래도 힌두교 하면 시바지만 코키리 또한 어딘지 인도의 상징인 듯 하다.

말레이시아 행정도시: 푸트라자야

관광의 마지막은 말레이시아의 행정수도인 푸트라자야였다.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국왕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건설된 계획도시라고 한다. 계획도시인 만큼 굉장히 깔끔하고 정돈된 분위기였는데 그래서인지 조금은 삭막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총리궁 앞에 조성된 호수는 인공호수로 푸트라자야 곳곳에서 물을 끌어다 채웠다고 한다. 생각보다 잘 사는 나라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던 대목이다. 넓기도 넓거니와 시간도 촉박했던지라(패키지의 핵심인 쇼핑코너가 기다리고 있었기에 ㅡㅡ;) 푸트라 모스크와 세계 유명 다리를 그대로 모방한 6개의 다리 중 일부만을 관광일정에 담았다. 말레이시아의 습기가 잦은 비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시도때도 없는 먹구름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래도 덕분에 분위기 있는 모스크를 담을 수 있었다.

푸트라 모스크(Putra Mosque)

렌즈의 압박으로 무척이나 왜소한 모스크의 모습


관광을 목적으로 날아온 말레이시아가 아니기에 그들의 문화나 명소에 대해 전혀 무지한 상태에서 둘러보았기 때문인지 커다란 감흥이 없어 아쉬웠다. 게다 어딘지 모르게 이질적인 정돈됨은 사람사는 냄새가 나지 않는 도시로 만들어 버린 것 같아 시장통이나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내게 푸트라자야는 잘 어울리지 않는 '관광지'였다.

수리아 백화점

우리나라의 이만한 백화점이 있을까? 코엑스의 두 배는 될 것 같은 수리아 백화점은 일본계 백화점인 이세탄 백화점과 영국계 백화점인 팍슨 그랜드 백화점이 함께 있는 말레이시아 최대의 백화점이며 잘은 몰라도 세계 최대 중 몇위에 드는 백화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SURIA KLCC의 로고


다민족, 다인종, 다종교 문화를 자랑하듯 KLCC 1층에 자리한 별다방에는 전 세계 인종을 모두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로 느껴졌다.

아쉽게도 사진에는 말레이시안만 보이는 듯 하다


엄청난 규모의 수리아 백화점, 94층 높이의 KL 타워, 대규모 행사 공간이 있는 컨벤션센터, 그리고 KL 타워의 그림자를 다 담아내는 공원. 국토의 대부분이 밀림인 이 나라의 단면이, 거대한 상업제국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현대 문명의 집합체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돌아오는 하늘은 어두웠다. 자정을 넘긴 시간에 하늘로 날아오른 388톤의 알루미늄 깡통은 새벽녘이 되어 동이 트자 한국에 들어섰다. 말레이시안 스튜어디스가 조금은 깐깐한 표정으로 기내식을 나누어 주었다.

초상권 침해가 되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어쩐지 잠이 오지 않아 3시까지는 하이*켄을 홀짝이며 하루키의 단편집을 읽었는데 술 기운 때문인지 어느새 잠이 들었었다. 구름위에서 동이 터오르는 어스름한 자주빛을 사진에 담고 싶었는데 눈을 떠보니 이미 환한 해가 푸른 하늘을 밝히고 있었다. 오랜만의 비행이라 그런지 좌석에 길게 누워 잠이든 여행객의 모습이 낯설었다.

조금은 부끄러운 모습이니까 얼굴은 생략

밤새 덮고 잔 담요가 꽤나 따듯하고 가벼워서 한장 챙기는 추태를 부리고 말았다.

일주일이 채 안되는 일정이었고 밀림은 근처도 가보지 못했기에 말레이시아라는 나라를 대강이라도 보고 오지 못한 것 같아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원시와 현대의 모습이 공존하는 나라라는 흐릿한 감상만이 남았다. 기회가 된다면 좀 더 깊은 곳까지 갈 수 있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푸른하늘을 전한다.

2008/07/31 - [Where I've been] - Malaysia 여행기 - Kuala Lumpur Part 1
2008/08/05 - [Where I've been] - Malaysia 여행기 - Kuala Lumpur 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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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adholic